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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성을 쌓고 망한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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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부터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망한 나라들(지도에서 사라졌다기 보단 체계가 무너졌다로 보는게 좋을 것 같다)은 패턴이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 중국도 역시 그랬다는 것이다.

역사 지식이 짧아(학교 다닐 때는 그냥 외우는 과목이라 싫었다. 지금은 역사의 중요한 측면을 인식하고 있고, 디테일한 책 보다는 대가들이 쓴 빅히스토리 류의 책부터 천천히 읽고 있다.) 정확한 사건이나 시대를 말하긴 어렵지만, 망한 나라들은 어떤 이유로 한 때 잘 나가다 오만해지고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혹은 교류가 끊기고) 망했다.

누구나 한 때 잘 나가는 때가 있게 마련이고, 잘 나가면 오만해지는 것도 보통은 그렇고, 누구든 혼자서는 살 수는 없으니까 따돌림 당하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라 이것들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중국은, 지금까지 공교육의 중국 사관에 길드여져서 인지는 몰라도, 잘 나가다 스스로 성을 쌓고 교류를 끊고 망했다. 스스로 교류를 끊는 것도 이상하고, 중국의 인구 규모에서도 외부와 교류를 끊는다고 세가 기운다는 것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불가피하게 그럴 수 밖에 없구나라고 이해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이 잘 나가고 있을 때, 아마도 이번에도 성을 쌓고 망할 껀데(원인과 결과라기 보다는 단순한 사건의 순서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정보교류와 상거래를 하는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보니 중국은 벌써부터 성을 쌓고 있었다. 소위 만리방화벽이라 불리는 중국 외부 사이트에 대한 접속 통제다. 예전에 중국에 인터넷 사업 붐이 한참일 때 미국이 주요 서비스들을 차단하는 것을 보고 자국 서비스의 경쟁력을 키운 후 다시 개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부터 이미 통제와 차단을 하고 있었는데, 자유시장경제의 순진한 시각으로 그걸 못 봤던 것이었다.

한가지 걱정 되는 것은 한국도 성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같은 동양권이고, 인구 규모가 작고, 강력한 정신적 구심점이 거의 없다. 생각해보면 조선왕조 500년 내내 중국의 내정간섭을 받다가 일제 식민지였다가 3년 동안 나라 안에서 전면전을 치뤘고 이후 한 쪽은 다시 세습체계가 되었고 우리는 50년 동안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었고 세계 7~8위권의 무역을 하고 매출 최상위권의 기업을 가진 나라라서, 지금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10년 단위로 경험이 쪼개져 있다. 게다가 한국은 이동성 마져도 열악한 사실상 섬나라다. 이런 조건 아래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연결하려는 속성 보다는 내/외부를 구분지으려는 속성이 더 강하다. 우낀 것은 이런 조건에서는 큰 힘에 대한 순응성도 강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최근의 한국은 구분짓고, 차단하고, 통제하고, 힘에 순응하려는 성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난 20년 동안의 일로 시스템의 시장 개방성이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라, 후퇴하더라도 베네수엘라처럼 급격하게 망가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개방성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력이 있고, 인식 수준이 되고, 대응력이 있는 사람이면 개방성을 이용해 대응 가능하다. 아차 하다 같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투자 정보를 모아두고 이용하려고 만든 블로그인데, 자꾸 칼럼 같은 걸 쓰게 된다. 근데, 자제가 잘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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