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탐욕적이다라는 말은 돈을 벌었건 잃었건 상승시기에 투자했건 하락시기에 투자했건 고점에서 안 팔았건 저점에서 팔아버렸건 언제나 사실 아닌가?
다만, 미래에셋 이 돈 벌어줄 것이라고 믿고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의 펀드가 반토막 나버린 상태에서 관계자가 TV에 나와서 쓸만한 "단어"는 아니었다. 탐욕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으면 더욱 써서는 안 되는 "단어"였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부조화에 상태(수익을 노리고 들어갔는데 반토막 났다)에서 희생양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에서 ‘한상춘 논설위원’께서 한번의 말 실수에 대한 유탄을 맞아, 평생의 명예에 큰 상처를 입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오늘 하루종일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일의 전말에 대해 아무래도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은 비장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어
제 백분토론에서 ‘탐욕때문..’ 이라는 발언으로 오늘 하루종일 고통을 받으셨을 한 위원님과 저는 방송시작전부터, 끝난 후까지
같은 자리에 있었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어떤 생각을 가지시고, 어떤 판단을 하고 계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 그분의 말씀은 분명 ‘실언(失言)’입니다. 실언과 ‘망언(妄言)’은 다릅니다. 실언은 문자 그대로 뜻을 전하는
말을 잘못 고른 것을 가리키고, 망언은 잘못된 생각의 바탕위에서 망언을 정당화하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
분은 실제로 올 1월 경기하강을 경고하셨고, 주식시장의 조정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신 적이 자주 있습니다. 물론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서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운용회사의 투자교육센터 부소장으로서의 입장으로서는 왜 강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느냐?’는
오해와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 운용사에서 고객의 거액자산을 운용하면서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는 운용사 자체의 상황 판단에 미스가 있을 수 있고, 다른 하나는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개인 투자자처럼 주식을
한꺼번에 모두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에 (실제 그렇게하면 모두가 공멸합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스스로의 이해에 따른 이해상충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부분은 특정 운용사만의 오류가 아닙니다. 또 우리나라 운용사들만의 잘못도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내노라는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고, 오히려 위기를 이용하는 유명 헤지펀드들이 순식간에 무너질 정도로 특별한
위기 상황이 순식간에 전염된 것입니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우리 모두가 상황을 일정부분 과소평가 할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에셋이 국내최대의 자산운용사이고, 그동안의 성공신화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상징적인 측면에서 항상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러나, 우리가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상의 위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전세계 금융사가 우왕좌왕 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악화 될 경우, 이 상황에서 어떤 운용사던지 사전에 경고를 하거나, 따로 다른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개인의 입장이라면 내일 아침에 모든 주식을 팔아 버릴 수도 있고, 모두 살 수도
있지만, 정부나 금융기관, 투자회사들은 같이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판단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
역시 일일이 거론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많은 오류를 저지르고, 판단미스가 있었지만, 저같이 얄팍한 사람에게 대중은 늘 관대
합니다. 이유는 제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일종의 동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융사는 비용을 지불했고 능력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많은 질책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운용사들이나 증권사가 비난을 받는 일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운용사의 운명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시장이 좋아지고 다시 수익이 나는 구간이 되면, 우리는 다시 귀를
기울이고 그분들에게 기대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성장형 펀드들에 대해서는 그 부분이 더 민감할 것입니다.
성
장형 펀드들은 시장이 좋으면 높은 수익을 내고, 반대의 경우에는 손실이 큰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펀드의 7~80는
성장형 펀드입니다. 그만큼 성장형 펀드가 주는 과실이 달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언젠가 시장이 회복된다면
결국 이 성장주 펀드들의 성과가 두각을 나타 낼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인내하면 큰 손실이 다시 수익으로 바뀌고,
인내하지 못하면 손실이 확정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주식시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큰 변동성(성장형)을 택하느냐, 적은 변동성(가치형)을 택하느냐는 문제의 ‘투자자의 탐욕’에 달린 것입니다..
지
금처럼 당장 아프고, 힘든 입장에서는 원망을 할 수 밖에 없고, 또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것은 우리자신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서로가 신뢰하고 하나가 될 때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중국투자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변동성이 큰 신흥시장이 직선으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 중간 중간에 고비가 있고
힘든 시기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길게보면 결국에는 중국이 답일 수 있습니다.
저도 그점에 동의합니다.
1800
년대는 영국에 투자하고, 1900년대는 미국에 투자한다면, 2000 년대는 중국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정설에 가까운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경우라면 치고 빠지면서 가볍게 움직일 수 있지만 펀드의 경우는 손실과정을 견디고 이기면서
매수단가를 낮추어야, 결국에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이라면 지금 당장 시기는 힘들 수 있어도, 언젠가는 우리가
광개토정신을 발휘하여 중국의 저가자산을 싼값에 거둬 들이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앞
서 말씀 드린대로 저 같은 장삼이사들이 말하는 ‘변동성의 고비에서 치고 빠지는 방식’의 견해가 일시적으로 먹혀들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이 대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은 긴 여정에서 한 두번만 실패하면 모든 성과나 기회가 한번에 날아가 버릴수도
있습니다.
그
래서 저같은 아류들의 가벼운 조언은 절대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자산을 중국에 제대로 투자하는 방식은 ‘변동성을
무시하고 인내심있고 끈질기게 투자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옳습니다. 다만 아직 우리가 신흥국 투자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순간적으로는 운용사의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그것이 특정 시점에서의 큰 장부손실이 되기도 하지만, 길게보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운용사들이 맞는 매는 보약이 되어 돌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매가 지나치면 자신감을 회복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
래서 펀드투자는 비록 ‘손실이 있어도 이 지점이면 가치를 믿고 장기투자를 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라’는 한 위원의 말씀이
맞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금융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탐욕과 공포’라는 말의 관용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투자자는 항상 펀드에 가입 할 때는 ‘이익을 위한 탐욕’으로, 환매를 할 때는 ‘손실에 대한 공포’로 움직인다는
말도 지극히 옳은 말입니다.
때
문에 한위원의 말씀을 우리가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분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그
분은 저와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존경받는 경제전문가 이시고,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일 뿐 아니라,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 이십니다.
그런 분이 시청자들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려고 나오셨다가, 선의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의 실언으로 인해 입으신 상처를 떠올리면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운용사들의 실력은 과거와는 현저하게 다르고, 우리나라 자본의 힘도 과거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믿어주어야 합니다.
때
로는 우리가 고객의 입장에서 강하게 채찍질하고 견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공동선’을 위해서는 때로는 믿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신뢰를 져버리면 같이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피터린치도 말했듯 제 아무리 주식시장에서
큰 위기가 온다고 해도 지난 90 년동안 찿아온 고작 15번째 위기일 뿐입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다시 일어 설 것이고, 그리고는
언젠가는 다시 16번째의 위기가 찾아 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기회로 이제 모든 운용사들이 고객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기고, 투자자들도 한번 더 신뢰를 보내는 계기가 된다면 아픔도 약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비록 실언이더라도 이 상황에서 깊은 상심에 빠진 분들이 쉽게 웃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
지만 요즘 우리는 너무 강팍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메마른 증오가 난무합니다. 서로의 말에 상처입고, 또 그 상처는 다른
사람에게 전이됩니다. 정치인들은 이념과 정파의 이해관계로, 국민들은 그야말로 먹고 살기가 강팍하고 힘들어 정서가 점점 메말라
갑니다. 그래서 말에 상처입고 말에 쓰러져 가는 사람들이 하루걸러 한 사람씩 나타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 점은 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원망하고, 때로는 절망합니다..
하
지만 방송국에서 같은 자리에서 전후사정을 알고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이, 또 자본시장과 참여자들을 진심으로 깊이
걱정하시던 분이, 방송석상에서 저처럼 개인의 입장에서 아무말이나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적절한 용어를
찾지 못해서 하신 실수만은 정말 보듬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 분을 넉넉하게 이해해 주시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십시오...
아
울러 이 기회에 타인의 작은 실수에 대해, 위로하고, 보듬고,안아주고,격려하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주십시오....그렇게
서로 견디며 의지하며 힘든 시기를 지내보내면 우리 모두가 함께 활짝 웃는 그런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제 아무리 혹독한 겨울도 봄에 필 싹까지 얼어 죽게 하는법은 없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웃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서로 몸비비며 버텨내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저도 솔직히 이 글을 쓰면서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을까.. 조금은 두렵습니다...
혹
시 이제 저도 ‘미래에셋의 앞 잡이가 되었구나' 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지, 혹은 무슨 ‘청탁이나 압력을 받았다’고 오해를
받지는 않을지, 또는 ‘너도 똑 같구나’ 라는 분노가 제게 되돌아 오지는 않을지, 많은 걱정이 됩니다. 그만큼 말이 조심스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설령 그러하더라도 그것은 제 개인의 덕이 부족한 탓이라고 여기고 인내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분중의 일부라도 제 진심을 이해하고 동의해 주신다면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밤늦게서야 비로소 용기를 낸 보람을 가질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 지금 이 글은 어느 누구의 부탁이나, 청탁 혹은 압력을 받은 결과가 아니며, 전적으로 제 개인의 소신으로 쓰여진 글이라는
사실을 제 양심과 명예를 걸고 약속합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저는 차라리 칼을 물고 싸울지언정, 이런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
입니다..
p.s. : 그러고 보니 요즘 내 스스로 식탐과 돈 욕심이 많다고 느끼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많이 먹었는데 음식에 자꾸 손이 가고, 장중 HTS를 보면서 올라라 올라라 혹은 떨어져라 떨어져라 라고 주문을 외우는 나를 자주 느낀다. 쥐뿔도 없으며서 돈있으면 요새 주식 사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만 자꾸 들고, 아직 한참 먼 것 같다.